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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소설

'백광' 줄거리 및 평가

Mushroom Archive 2025. 5. 31. 10:04
"죽여도 괜찮아"

백광

 

 

 

 

 

 

 

저   자 : 렌조 미키히코

장   르 : 추리 소설

출판사 : 모모

발행일 : 2022년


1. 책을 접하게 된 계기

근래에는 평균적으로 책을 일주일에 1~2권 정도 읽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매번 책을 구매해서 출퇴근길에 휴대하며 보는 것은 사실상 너무 많은 돈이 필요하다 보니, 회사에서 제공해 주는 온라인도서관을 애용하게 된다. 어떤 기준으로 누가 선정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온라인도서관에는 꽤나 비슷한 종류의 장르의 서적들이 구비되어 있다. 일본 소설 쪽을 살펴보면, 유독 모모라는 출판사에서 출판한 책들이 눈에 자주 띈다. 특유의 일본 감성이 느껴지는 표지 디자인 때문인지, 아니면 단순히 규모가 큰 출판사인 것인지 사실 잘 모르겠다.

 

이번에는 백광이라는 책을 대여해보았다. 가본 적은 없지만 발리와 같은 휴양지를 도트풍으로 그려놓은 표지에 어울리지 않는 "저 아이를 죽여주세요."라는 문구는 흥미를 돋우기에 충분하였다. 왜 저런 표지를 그렸을까,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에 대해서는 책을 모두 읽고 표지를 다시 보았을 때 완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이번 책은 e-book 기준으로 600페이지에 달하는 꽤나 긴 장편소설에 속하였다. 더욱이 지난주는 꽤나 바쁜 일정들이 있었기 때문에, 책을 읽는데만 일주일이 꼬박 걸린 것 같다.


2. 줄거리

책의 줄거리는 심플하다는 표현이 적합하다. 분량은 길지만 핵심 이야기의 분량은 전체의 15%밖에 되지 않는다. 자세한 해석은 비평 및 해석 부분에 맡기고, 여기서는 핵심 이야기에 대한 줄거리를 정리해보겠다. 평소에도 다른 사람들의 리뷰와는 다르게 최대한 스포일러를 방지할 수 있는 적정한 선 내에서만 줄거리를 작성하곤 하는데, 이와 같은 추리 소설에서는 그마저도 더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간단하게만 언급하도록 하겠다.

 

사토코는 집에서 어느 때와 다름없이 시아버지인 게이조, 딸 가요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시아버지는 과거 전쟁에 참여한 뒤 트라우마를 앓고 있었으나, 시어머니가 돌아가고 난 뒤 그 증상이 악화되어 정신이 반쯤 나가있는 상태이다. 이러한 상황에 사토코의 여동생인 유키코는 종종 자신의 딸인 나오코를 사토코의 집에 맡기고 문화 센터에 교육을 들으러 가곤 한다. 그날도 어김없이 이런 상황이 반복되는 하루였다.

 

그 날 오후, 사토코는 집에 게이조와 나오코만 남겨 둔 채 가요를 데리고 치과에 방문한다. 치과에서 볼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고 나서 머지않아 나오코가 사라졌다는 것을 인지하고 게이조에게 물었지만 정신이 온전치 않아 대화가 불가능하다. 다급히 유키코에게 전화를 걸어도 받지 않고, 그의 남편인 다케히코에게 연락하여 이 상황을 알린다. 그러던 와중에 가요가 정원에 있던 삽을 가리키며 원래는 없었다고 말하자, 사토코는 정원에 있는 능소화나무 아래 흙을 살펴본다. 거기에는 이미 죽어있는 나오코의 주검이 발견된다. 그렇게 경찰의 조사가 시작되고, 각 등장인물들이 숨겨왔던 비밀, 복수, 치정과 같은 이야기들이 전개된다.


3. 비평 및 해석

평가를 우선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반전에 반전에 반전에 반전에 반전에 반전 정도로 언급할 수 있겠다. 책에는 사토코, 유키코, 다케히코, 게이조, 가요, 나오코, 그리고 줄거리에 언급하지는 않았던 사토코의 남편인 류스케를 포함하여 총 7명의 관점에서 이야기가 펼쳐진다. 독자는 순차적으로 이야기를 읽다 보면, 속으로 '아, 나오코를 죽인 범인은 이 사람이구나' 자연스럽게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이와 같은 생각은 다음 등장인물의 이야기에서 '어, 알고 보니 이사람이 범인인가보네'로 바뀌게 되고, 또 다음 등장인물의 이야기에서 같은 레퍼토리가 반복되게 된다. 이런 전개방식은 흡사 어린시절에 명탐정코난의 이야기 흐름을 떠올리게된다(코고로가 매일 이상한 사람을 지목하고, 코난이 진범을 찾아주는...). 그래서 어느 순간 결국 '이사람도 범인은 아니겠지?' 의심을 하게되고, 쉴새없이 다음 챕터를 읽고싶은 욕구가 생겨나게 된다. 이런 점에서 흡입력은 매우 우수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책을 읽다보면 머릿속으로 자신만의 이미지가 투영된 장면들을 다채로운 색깔을 입혀 상상하게 된다. 이런 상상속 장면들은 어쩔때는 영화보다도 현실적이고, 현실보다도 선명하며, 나 밖에는 볼 수 없는 한정판이기 때문에 더욱 더 흥미를 돋게한다. 평소에 영화나 드라마를 보다보면 한정된 공간에서 대부분의 이야기가 전개되는 작품들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영화 중에 페르마의 밀실 같은 경우가 딱 맞는 예시이다. 우리는 이런 작품들을 다 보고나면, '어떻게 이 한정된 공간에서의 이야기로 90분의 러닝타임을 지루하지 않게 만들었지?"라는 생각을 하게된다. 백광은 딱 그런 작품이다. 분명히 분량은 600페이지에 달하지만, 거의 대부분의 이야기는 사건이 일어난 사토코의 집이 대부분이다. 가끔씩 호텔이라던가, 유키코의 집이라던가, 게이조가 경험한 전쟁터라던가 하는 장면들도 표현이 되지만, 큰 분량을 차지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등장인물마다 사토코의 집에서 느낀 점들이 더해지고 더해져서 독자의 입장에서는 사토코의 집이 스케치의 형태로 시작하여 책 말미에서는 디테일한 구조와 색상까지 입혀지는 경험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만약 누군가 나에게 주제를 줄 테니 살고 있는 집을 한정하여 글을 써보라고 하였을 때, 이 만큼의 분량을 지루하지 않게 만들 수 있을까 생각을 해보면 작가의 역량이 얼마나 대단한지 새삼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이 책에도 아쉬운 점은 존재한다. 책에 나오는 모든 등장인물들은 저마다의 이유로 인하여 나오코가 죽기를 바란다. 그런데 그 저마다의 이유들이 사실 잘 납득이 되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납득이 되는 인물이 없다고 보는 표현이 타당하다. 진범을 포함하여 등장인물들은 저마다의 이유들을 내면 속 독백의 형태로 독자들에게 전달하는데, 어떤 이유들은 너무 사소하고, 어떤 이유들은 너무 무정하고, 또 어떤 이유들은 공감도 되지 않는다. 가끔은 여기 나오는 등장인물들이 소시오패스인지, 읽고 있는 내가 공감능력이 부족한 것인지 헷갈리기도 할 지경이다. 이 외에도 책에는 복잡한 치정관계들이 얽혀있는데, 그에 대한 등장인물들의 반응들도 일반적인 사람들에게 기대하는 반응과는 꽤나 거리가 멀어 보인다. 문화적 차이나 주관적인 부분일 수도 있겠지만, 작가가 이런 부분들에 대해 조금 더 합당한 이유들로 이야기를 풀어나갔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으로 책의 제목이 왜 백광(白光)인가에 대하여 해석을 진행하고자 한다. 옮긴이의 말에 따르면 작가인 렌조 미키히코는 집안이 정토진종 사찰이어서 작가로 데뷔한 이후로 일 년여동안 절필하고 불문에 정진하여 법명까지 받았다고 한다. 이와 같은 이유에서 책의 곳곳에는 관음보살, 만다라화 등 불교에 관련된 용어들이 나온다. 백광이라는 용어는 책에서 딱 한번 직접적으로 등장한다. 나오코가 죽고 나서 집을 정리하던 사토코가 우연히 위패에서 백광원석정화(白光院釋靜華)라는 문구를 발견하게 된다. 이 뜻에 대해서는 부가적인 설명이 없어서, 챗GPT에게 물어보니 "밝고 청정한 지혜의 공간(백광원)에 속한, 고요함 속에 피어난 자비와 깨달음의 꽃(석정화)" 일 것이라는 답변을 받았다. 감히 나의 추론을 더해보자면, 백광원은 마당에 능소화가 있는 사토코의 집이고 사건 발생 이후 고요해진 집에서 등장인물들이 느끼는 자비와 깨달음을 석정화로 표현한 것일까 생각해 본다. 


4. 총  평

평가 항목 점수
1. 주제의 독창성                    
2. 논리 전개 방식                    
3. 문체와 표현력                    
4. 정보들의 깊이                    
5. 정서적 울림                    
6. 장면 상상 유도력                    
7. 내용의 흡입력                    
8. 구조적 완결성                    
9. 재독 가능성                    
10.  문학적 가치                    
평균 점수 : 6.7점 / 10점